[판결](단독) 경찰관이 인권위로부터 징계대상 된 후 서장의 불문경고 받았다면
인권위 상대 불복소송은 소의 이익 없다
경찰관이 현행범 체포과정에서 과잉대응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징계권고 대상이 된 후 경찰서장으로부터 불문경고 처분을 받았다면 경찰관이 인권위를 상대로 내는 불복소송은 소의 이익이 없으므로 각하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이상주·권순열·표현덕 부장판사)는 경찰관 A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징계권고 결정 취소소송(2021누32509)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소를 각하했다.
A씨는 2019년 6월 아파트 주차장에 취객이 잠들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B씨를 발견하고 상태를 확인했다. 그런데 B씨가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는 등 행패를 부려 A씨 등은 B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듬해 2월 B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고, B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불문경고처분으로 법적효과 소멸
처분취소 구할 법률상 이익 없게 돼
인권위는 "A씨가 B씨를 제압할 정도의 필요성이 있지 않았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임을 알고 있던 상황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며 A씨의 상관인 경찰서장에게 징계 등의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경찰서장은 A씨에 대해 불문경고 처분을 했고, A씨는 인권위의 징계권고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체포 요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수사주체의 현행범 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위법한 체포행위를 했다는 인권위의 판단과 이를 토대로 한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각하 판결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이 집행 등의 사유로 그 목적을 달성한 경우 법적 효과는 소멸하므로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도 소멸한다"며 "이미 경찰서장이 인권위 징계권고에 따라 불문경고 처분으로 목적을 달성해 그 법적 효과가 소멸했으므로 A씨에게는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권위의 징계권고결정 통지 처분에 따라 경찰서장이 A씨에게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불문경고 처분을 했고, 두 처분 사유 모두 A씨의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의 과잉대응으로 동일하다"며 "처분의 취소 여부와 무관하게 A씨는 불문경고 처분의 위법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시했다.